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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코끝이 빨개지고 귀가 빨개지는 날씨가 돌아왔네요.
새빨갛게 자신을 뽐내던 집앞 나무의 나뭇잎이, 거뭇거뭇해진 낙엽이 된 오늘은 12월 6일입니다.
난방을 틀어서 따뜻해진 침대에서 기어나오기 싫어지는 계절, 겨울이 다시 왔어요.
며칠전까지 에어컨을 틀었던 것을 떠올리면, 세월 참 빠르네요-
쌀쌀한 날씨와, 그 떄문에 더 쌀쌀해진 마음들.
그 마음들을 담아서, 오늘 주제는 소개팅으로 정했어요
'추적추적' 어디선가 들리는 빗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뒤척이며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어제 남은 설렘때문일까?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들었다.
어제 오랜 친구녀석이 전화로 말한 한마디 "너 소개팅해줄테니 내일 우곡동으로 나와"
오랜만에 스타일링을 시도했다.
머리를 감고, 왁스를 발랐다. 맘에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뚜껑을 연 왁스에는, 중년 남성의 향이 가득 나왔다.
손과 몸에서 왁스 냄새가 날까 싶어 샤워하면서 머리를 다시 감았다.
상대에 대한 정보없이 가는 소개팅길은 예전과는 다른 설렘과 스릴까지 있었다.
가는 길에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려 비타500을 사먹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좋은하루되세요" 라고 알바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알바생분은 나를 무심한듯 쳐다보며 "안녕히가세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라는 눈빛을 느낄수 있었다.
그 분에겐 매일같이 쓰던 단골 멘트 였겠지만, 그 멘트도 행복해보였다.
아니, 모든게 다 행복해 보였다. 설렘은 참 좋은거구나, 그냥 좋았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를 끝내고 지금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로서는
친구의 연락은 마른땅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이쁘냐"라는 말로 한번 튕기는게 나의 생각이였지만, 내 마음은 "OK 고맙다"를 이미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했고, 구석에서 사탕한개를 먹고 있던도중 들리는소리 "카톡!"
"어디있어? 소개시켜주고 난 빠질께"
"내가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나의 과거가 나쁘지않았구나..이녀석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
생각이 끝날때쯤.
"딸랑" 문소리가 들리며 친구와 같이 그녀가 들어왔다.
비가와 좀 춥던 날씨라 그런지, 청바지와 검은 자켓. 그리고 옆에 들고있던 핸드백 하나.
첫 인상은 좋았다. 그녀의 얼굴은 평범한 사람들보단 이쁜. 그런 얼굴이였다.
'얼굴에서는 내가 100번중 100번 졌다. 아니 그래도 100번중 1번은 이기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과 후배라며 넌지히 귀뜸해주었다.
난 내 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유리창 옆 뜯겨진 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중에 친구가 말한 한마디 "그냥 고등학교때 친군데. 말하는게 웃겨. 나랑 가장 친해 잘해봐"
라는 말을 남기며 바쁘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1분...2분....5분...10분... 어색함을 깨고자, 내가 먼저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봤다.
그녀는 나보다 1살 어린 직장인이였다.
나에 대해서는 대충 언질을 받았는지, 아니면 첫 인상에 "이새끼 글러먹었네"라고 생각했는지,
나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는듯한 눈빛과 말투.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
어색함 속에서 그 어색함을 푸려는듯, 나의 입은 쉴틈없이 움직였고, 가끔씩 그녀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전초전이 끝나갔다.
전초전 다음, 식탁을 가득채워줄 술과 음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술이 없었기에 콜라와 몇가지 음식을 가져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제 서로의 취향과 취미를 물어보고, 서로에대해 점차 알게되었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 즉시 난 네이버 검색어 1~10위에 나오는 영화와 음악에 관한 검색어를 쳐본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얕디얕은 잡지식을 활용해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갔고
나의 취향인 00년대 영화와 보보, 소찬휘와 같은 가수를 대며 이정도면
"그 쪽 참 문화인인것같아요" 라는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그녀는 윈스나 비긴어게인 위플레시 같은 영화를 얘기하며 재밌게 설명을 했지만 한번도 보지못한 영화...
어떤 영화인지도 모른채 이야기를 듣다 가끔 화장실에 가서 검색 해보고 아는척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좋은 분위기에서 나는 갑자기 돌발행동을 했다/
인터넷에서 본 개그를 하나 떠올렸다. 그러곤 절대 떠올려서도 말해서도 안될 그 개그를 던졌다.
그때부터였을까 불안감이 엄슴하기 시작했다.
'혹시 싱글이세요?'
'네? 네...근데요?'
'전 벙글이에요!ㅎㅎㅎㅎ'
말해놓고도 속으로 자책을 할때 그녀의 반응은 신기했다.
'저 이런거 되게 좋아해요 오빠'
이말이 시발점이었다.
이런 저급한 개그에 웃어주는 그녀를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각종 드립을 막 내뱉었고 어느새 나는 소개팅에 나간 사람이 아닌 그저 광대가 되어있었다.
"핸드백 가져오셧네요? 핸드백말고 핸드프론트는없으신가봐요"
정적이 흐르고..
다시 정신을 차릴무렵 이미 소개팅은 망했고, 더이상 할 말이 없던 우리는 카페밖으로 나왔다.
카페에서 나와 조용히 길을 같이 걷고 있었을때 난 망했음을 직감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다시는 못볼거같죠?'
'예? 모르겠네요...'
'아쉽네요 만나서 즐거웠어요'
'좋은사람 만나실수있을거에요'
'예.. 그쪽도 좋은사람 만나세요'
그렇게 그녀와 소개팅이 끝나고 친구와 통화를 하며 미안하다고 보고를 할때 뒤쪽에서 난 소리
"저기요 ! "
그녀도 이상황이 재밌는지 번호를 알려줬다.
아마 애프터 신청을 하라는 늬양스였다. 하지만 난 도저히 안될꺼같음을 꺠달아버렸다.
그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거같다.

여러분들은 어떤 소개팅을 하셨나요?
즐거우셨나요?
실패한다고해서 실망하지마세요. 언젠가 당신의 옆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오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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