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어가기 : 그 친구
어느날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
아무 말 없이, 그저 오늘 시간 되냐는 말 한마디에
약속을 바로 잡았다.
원래 과묵한 성격에 말이 없는 친구라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저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나갔다.
친구와 한잔, 두잔.. 한병쯤 아무말 없이 마셨을 때 쯤
친구가 먼저 운을 땠다
“며칠전에 헤어졌어”
담담해 보였다. 모든것이 너무 평소와 똑같았다.
“이번에 같이 여행도 가지 않았어? 너네 서로 좋아했잖아”
여행 사진을 본 나로서 이해가 가지 않던 헤어짐.
“지구에서 달을 보면 한쪽 표면만 보여서 그 반대편에 뭐가 있는지 알수 없데”
보이는게 다가 아니였구나, 그랬구나.
그러곤 담담하게 술 한병을 더 시켰다.
‘평소 담담하고 감정기복이 없는 친구답다.’
하지만, 한병, 두병, 세병.. 네병째 병을 비울 때 흐느끼는 소리.
친구는 입술을 꽉 물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는 듯.
태산 같던 그가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부은 눈, 쉰 목소리, 헝글어진 머리.
평소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술잔이 비워지면 계속 그냥 채워만 줘” 친구의 말에
비워지는 술잔에 계속 술을 채워줬다.
하염없이 술잔을 비우다, 친구가 다시 운을 땠다
“이 술잔처럼, 기억을 마셔서 없애버려도 다른 기억이 그곳을 다시 채우고 있어”
너무나 슬피 말하는 친구의 한마디에,
어떤 말로도 위로를 할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꺼냈다.
“달이 지면 내일 뜨듯, 너도 그처럼 다시 떠오를수 있을거야
그 전까지 내가 태양이 돼서 옆에서 도와줄게
넌 빛날 때 가장 멋있어”
오늘은 나도 평소와 달리, 달이 보이는 술잔에 내 몸을 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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